"viewport" content="user-scalable=no, initial-scale=1.0, maximum-scale=1.0, minimum-scale=1.0, width=device-width"> '써 내려간 마음' 카테고리의 글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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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 내려간 마음20

영화 <본즈 앤 올>, 러브 이즈 올 사랑이 너를 자유롭게 해줄지도 ‘청소년 관람 불가’에 ‘카니발리즘’을 소재로 하였으며, 장르에는 ‘공포’가 멜로/로맨스보다 앞서 적혀있는 영화. 카니발리즘이 무엇인지도 몰랐고 무서운 것과 잔인한 것을 잘 보지 못하는 내가 이 영화를 꼭 봐야겠다, 결정한 이유는 책 「구의 증명」이었다. 영화 소개글과 예고편을 보자마자 바로 든 생각은 ‘뭐야? 이거 완전 「구의 증명」 실사판이잖아?’였기 때문이다. 책과 영화의 공통점은 여자 주인공과 남자 주인공이 성장기에 만나 사랑에 빠진다는 것과 여자가 남자를 먹는다는 것 두 가지 정도가 되겠다. 영화를 보기 전엔 이 교집합에 끌렸는데 영화를 직접 보고 나니 둘의 차이점에 더 매료되었다. 책은 책대로, 영화는 영화대로 각각의 여집합이 훨씬 더 크고 매력적이었다. 시작한 .. 2022. 12. 9.
봄날은 간다 영화 「봄날은 간다」에서 남자 주인공 상우는 은수에게 이렇게 말한다.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 그런 상우를 보면서 제발 그렇게 말하지 말라고 외쳤다. 사랑은 변한다. 변하니까 사랑이다. 물론 나도 그럴 수 없다고 생각했다. 올해 2월 ‘별 다른 이유 없이 마음이 식었다, 널 예전처럼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라는 통보를 받았을 때 나는 생각했다.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 하지만 시간이 흘러 오늘이 된 지금 나는 생각한다.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그 사실이 슬프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아프지 않은 것이 절대 아니지만 그럴 수는 있겠다고. 그리고 그건 내가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는 것을, 심지어는 그 사람도 어쩌지 못하는 영역임을 안다. 그래서 아주 어렵사리, 어렴풋이 존중한다. 2월 어느 날의 나.. 2020. 12. 27.
아무튼, 죽음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과 나 사이에 단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면 그것은 우리가 죽는다는 것이다. 다만 언제 어디서 어떻게 죽을지를 모르고 사는 것은 신이 우리에게 준 축복이자 저주다. 아무튼, 우리는 죽는다. 지금 이 순간에도 도처에 널린 것이 죽음이다. 그래서 어느 날은 너무 쉽게 다음을 기약하는 우리가 우스워진다. 당연한 듯 나중을 기약하는 우리가 가소로워진다. 하지만 이렇게 죽음 생각하면 할수록 도리어 선명해지는 것은 삶이었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끝날지 몰라서 더 작고 소중한 나의 생(生). 몇 달 전부터 야매로 명상을 시작했다. 그 후로 아직 닥치지 않은 일들을 걱정하는 나를 발견하면 속으로 이렇게 생각한다. ‘정민아, 네가 그날까지 살아있을까?(들숨-날슴) 너는 그 전에 죽을 수도 있어!.. 2020. 9. 6.
내 몫의 부끄러움에 대하여 ‘학교에서 절대 똥 싸지 말아야지’ 이제 스무 살, 대학교 새내기가 된 나는 생각했다. 더럽지만 고결한 이 다짐은 어떤 남자의 추태로부터 비롯됐다. 그 남자는 순진한 얼굴에 그렇지 못한 팔뚝을 가졌었다. ‘벌크업한 공명’이랄까. 나는 그를 짧은 시간동안 꽤 강렬하게 흠모했는데 어느 날 나의 사랑은 차게 식게 된다. 때는 2013년 3월 5일 D대 H관 J311호 수업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OT는 출석 체크를 안 할 거란 약은 생각에 느긋하고 여유롭게 지각을 한 나는 유일하게 비어있는 맨 앞줄, 교수님 침이 직빵으로 튀는 자리에 앉았다. 지각인 건 알았지만 민망함은 어쩔 수가 없구나, 라고 생각하는데 내 민망함을 덜어줄 새로운 지각생이 도착했다. 훤칠한 그는 등장부터 시선을 압도했고, 몇 초 뒤 그가 유일.. 2020. 8. 15.
사건의 전말 / 영악한 나는 죽고 싶다고 할 때 살으라고 하는 무심함보다 '같이 죽을까, 그럴래?'라고 묻는 다정함이 더 좋아서 가끔 없는 계절을 데려왔다. -백가희, /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정말 리진씨가 앞으로 잘 될 거라고 믿어요." "갑자기? 잘 하고 있으면서." "넌 할 수 있어." "엄마는 리진이 때문에 살지." "원체 긍정적이시잖아요?" “나는 자기가 밝아서 좋아.” / 혹시 했지만 역시다. 이번에도 기대한 답은 돌아오지 않는다. 그녀는 잠시 침묵으로 그 순간을 일시정지시켰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쾌활해진다. 다시 가벼운 이야기를, 밝고 따듯하고 너무나 희망적인 이야기를, 한 치의 절망도 없는, 그래서 도저히 불가능한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들숨과 날숨조차 거짓으로 긍정하고 낙관하는 자신이 정말 그지.. 2020. 8. 1.
고양이와 고딩 <1> : 선준 -내가 사무치게 귀여워하지만 그런 나를 자주 미안하게 만드는 존재가 두 가지 있다. 그 중 한 가지에 대해 쓰려고 한다. 많게는 열 살, 적게는 여덟 살 차이가 나는 02-04년생들과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것을 알게 되면 사람들은 대개 ‘요즘 애들 힘들지 않냐’고 묻는다. 힘들지 않다는 대답은 거짓이지만 힘들다는 대답 역시 진실은 아니다. 어떤 날은 내 영혼까지 탈탈 털어 진을 쏙 빼놓다가도 금세 본인들만 줄 수 있는 힘을 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그 힘으로 산다. 너무 기상천외해서 귀엽고, 너무 뻔해서 우습고, 너무 불안해서 안쓰럽고, 너무 열심이라 애틋하고, 너무 순수해서 멋있고, 너무 불순해서 안타깝고, 예상외로 속이 깊어 놀랍고, 예상대로여서 시시하고, 나보다 뛰어나서 나를 자주 .. 2020. 7.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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