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ewport" content="user-scalable=no, initial-scale=1.0, maximum-scale=1.0, minimum-scale=1.0, width=device-width"> 아무튼,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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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 내려간 마음

아무튼, 죽음

by grabthecloud 2020. 9.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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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과 나 사이에 단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면 그것은 우리가 죽는다는 것이다. 다만 언제 어디서 어떻게 죽을지를 모르고 사는 것은 신이 우리에게 준 축복이자 저주다. 아무튼, 우리는 죽는다. 지금 이 순간에도 도처에 널린 것이 죽음이다. 그래서 어느 날은 너무 쉽게 다음을 기약하는 우리가 우스워진다. 당연한 듯 나중을 기약하는 우리가 가소로워진다. 하지만 이렇게 죽음 생각하면 할수록 도리어 선명해지는 것은 삶이었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끝날지 몰라서 더 작고 소중한 나의 생(生).

 

 몇 달 전부터 야매로 명상을 시작했다. 그 후로 아직 닥치지 않은 일들을 걱정하는 나를 발견하면 속으로 이렇게 생각한다. ‘정민아, 네가 그날까지 살아있을까?(들숨-날슴) 너는 그 전에 죽을 수도 있어!(들숨-날숨) 이 걱정은 정말 쓸 데 없는 걱정이야.(들숨-날숨)’ 명상을 하면서 그동안 내가 ‘오늘’을 하찮게 여겨왔다는 것을 깨닫는다. 온 신경과 애정을 ‘내일’에 두고서 ‘오늘’은 내일을 준비하는 하는 날로만 여겼다. 맏아들을 위해 딸들을 희생시키는 가부장적인 아버지처럼 야속하게 오늘을 희생시켰다. 최고로 좋은 날은 아직 오지 않았다고 여기면서 어쩌면 내게 가장 좋은 날을 함부로 흘려보냈는지 모른다. 이제는 의식적으로 생각한다. 내게 주어진 것은 지금, 여기 밖에 없다고.

 

 배우 채스윅 보스만이 죽었다. 한국에는 ‘블랙 팬서’로 더 잘 알려진 그가 암으로 4년을 투병하다 죽었다. 허구란 걸 알지만, CG로 시작해 CG로 끝나는 마블의 액션 영화임을 알지만, 그는 많은 이들에게 분명 영웅이었다. 흑인 배우로서 그가 남긴 족적과 선한 영향력이 컸다. 모두가 당연한 듯 <블랙 팬서2>를 기다렸지만 역시나 인간에게 ‘당연한 나중’이란 것은 없다. 이제 그가 외치는 “와칸다 포에버”는 영영 들을 수 없다. 죽기 전 투병을 하던 그가 친구에게 남긴 메시지가 공개되었다. 그가 남긴 메시지를 통해 다시 한 번 삶에 대해 생각한다. 아무튼 죽는 내가, 태어나서 죽음을 향해 달려가는 것이 전부인 우리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있는 오늘을 어떻게 살아내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한다.

 

 ‘당신이 만약 LA에 있다면, 당신은 오늘 아침에 끊임없이 비가 내리는 희귀하고 평화로운 소리에 잠에서 깨어났을 것이다. … 하지만 이제 비가 그치고 폭풍우가 걷혔으니 밖으로 나가 심호흡을 해 보길. 많은 비가 내린 후 지금 공기는 얼마나 신선한가. … 이 순간 숨을 들이쉬고 내쉬길. 하루의 독특한 아름다움과 경이로움에 대해 하느님께 감사드린다. 맑은 하늘의 햇빛이든 잿빛의 구름이든 하느님이 창조한 것들의 모든 순간을 잘 활용하고 즐겨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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