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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죽음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과 나 사이에 단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면 그것은 우리가 죽는다는 것이다. 다만 언제 어디서 어떻게 죽을지를 모르고 사는 것은 신이 우리에게 준 축복이자 저주다. 아무튼, 우리는 죽는다. 지금 이 순간에도 도처에 널린 것이 죽음이다. 그래서 어느 날은 너무 쉽게 다음을 기약하는 우리가 우스워진다. 당연한 듯 나중을 기약하는 우리가 가소로워진다. 하지만 이렇게 죽음 생각하면 할수록 도리어 선명해지는 것은 삶이었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끝날지 몰라서 더 작고 소중한 나의 생(生). 몇 달 전부터 야매로 명상을 시작했다. 그 후로 아직 닥치지 않은 일들을 걱정하는 나를 발견하면 속으로 이렇게 생각한다. ‘정민아, 네가 그날까지 살아있을까?(들숨-날슴) 너는 그 전에 죽을 수도 있어!.. 2020. 9. 6.
내 몫의 부끄러움에 대하여 ‘학교에서 절대 똥 싸지 말아야지’ 이제 스무 살, 대학교 새내기가 된 나는 생각했다. 더럽지만 고결한 이 다짐은 어떤 남자의 추태로부터 비롯됐다. 그 남자는 순진한 얼굴에 그렇지 못한 팔뚝을 가졌었다. ‘벌크업한 공명’이랄까. 나는 그를 짧은 시간동안 꽤 강렬하게 흠모했는데 어느 날 나의 사랑은 차게 식게 된다. 때는 2013년 3월 5일 D대 H관 J311호 수업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OT는 출석 체크를 안 할 거란 약은 생각에 느긋하고 여유롭게 지각을 한 나는 유일하게 비어있는 맨 앞줄, 교수님 침이 직빵으로 튀는 자리에 앉았다. 지각인 건 알았지만 민망함은 어쩔 수가 없구나, 라고 생각하는데 내 민망함을 덜어줄 새로운 지각생이 도착했다. 훤칠한 그는 등장부터 시선을 압도했고, 몇 초 뒤 그가 유일.. 2020. 8. 15.
사건의 전말 / 영악한 나는 죽고 싶다고 할 때 살으라고 하는 무심함보다 '같이 죽을까, 그럴래?'라고 묻는 다정함이 더 좋아서 가끔 없는 계절을 데려왔다. -백가희, /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정말 리진씨가 앞으로 잘 될 거라고 믿어요." "갑자기? 잘 하고 있으면서." "넌 할 수 있어." "엄마는 리진이 때문에 살지." "원체 긍정적이시잖아요?" “나는 자기가 밝아서 좋아.” / 혹시 했지만 역시다. 이번에도 기대한 답은 돌아오지 않는다. 그녀는 잠시 침묵으로 그 순간을 일시정지시켰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쾌활해진다. 다시 가벼운 이야기를, 밝고 따듯하고 너무나 희망적인 이야기를, 한 치의 절망도 없는, 그래서 도저히 불가능한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들숨과 날숨조차 거짓으로 긍정하고 낙관하는 자신이 정말 그지.. 2020. 8. 1.
<돈지랄의 기쁨과 슬픔> - 신예희 고렴이를 대체하는 저렴이란 없다! 시종일관 ‘돈지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책이지만 나는 읽는 내내 ‘나를 사랑하고 아껴주자’라는 메시지를 받았다. 세상 가장 아름다운 돈지랄로써. /밑줄 -노력해서 돈을 벌고, 그 돈을 잘 관리해 마음에 꼭 드는 물건을 구입하며, 그것을 매일 사용하는 즐거움을 한껏 누린다. 스스로를 아끼고 잘 대접해 다시 잘 일할 수 있는 사태로 유지한다. 신예희에게 소비란, 건강하고 단단한 생활의 선순환을 이루는 고리다. 어떻게 해야 소중한 자신을 만족시킬 수 있는지 잘 아는 사람이, 행복의 도구를 능숙하게 사용하는 방식이다. -세상엔 수많은 지랄이 있고 그중 최고는 단연 돈지랄이다. -돈을 쓴다는 건 마음을 쓴다는 거다. 그건 남에게나 나에게나 마찬가지다. ‘나를 위한 선물’이란 .. 2020. 7. 10.
1과 2 엄마는 아직도 나를 가끔 애기라고 부른다. 나 같은 팔척장신의 애기는 주몽설화에나 나온다는 것을 알지만 엄마들에게 자식이란 나이에 상관없이 영원히 애기라는 것을 알기에 굳이 정정은 하지 않는다. 한동안 우리 엄마는 그 애기 걱정을 했다. 내가 익숙하고 오래된 2의 세계와 결별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이 손을 잡고 걷다가 영화표 두 장을 예매한 뒤 두 자리를 차지하고서 영화를 보고 나와 두 가지 음식과 두 잔의 음료를 나눠 먹은 뒤 일어나 두 개의 그림자로 집에 돌아가는 그런 2의 세계로부터. 나는 괜찮았지만 누가 정말 괜찮은 거냐고 물어보면 그 즉시 안 괜찮아졌던 걸 보니 사실은 안 괜찮았던 것 같다. 아니, 안 괜찮았다. 엄마 앞에서는 이것을 티내지 않으려고 노력했는데, 엄마는 내 숨소리만 듣고도 무슨 .. 2020. 7. 10.
혜정 그녀는 가끔 이렇게 말하곤 한다. “도대체 왜 너한테 그런 일이 일어나는 걸까. 나는 너무 신기해.” 그러게, 생각해보면 나도 참 신기하다. 내가 지금껏 겪은 일련의 어이없는 일들이. 하나씩 나열하자면 이상하게 웃음과 눈물이 함께 터지면서 해학과 한의 정서가 공존하는 ‘그런’ 상황들이. 그리고 나는 줄곧 그건 다 내가 부족한 탓이라고, 나도 모르는 나의 실수나 잘못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때마다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아니야, 그건 절대 네 잘못이 아니야. 그 사람이 혹은 그 상황이 나빴던 거야.” 그리고 차근차근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가며 내 잘못이 아닌 이유를 설명해주기 시작한다. 스무 살에 우리는 처음 만났지만 그녀도 나도 우리가 친구가 될 거라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가끔 소설에서는 병에 걸린 .. 2020. 6.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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