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ewport" content="user-scalable=no, initial-scale=1.0, maximum-scale=1.0, minimum-scale=1.0, width=device-width"> 봄날은 간다
본문 바로가기
써 내려간 마음

봄날은 간다

by grabthecloud 2020. 12. 27.
728x90
728x90
BIG

 영화 「봄날은 간다」에서 남자 주인공 상우는 은수에게 이렇게 말한다.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

 그런 상우를 보면서 제발 그렇게 말하지 말라고 외쳤다. 사랑은 변한다. 변하니까 사랑이다. 물론 나도 그럴 수 없다고 생각했다. 올해 2월 ‘별 다른 이유 없이 마음이 식었다, 널 예전처럼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라는 통보를 받았을 때 나는 생각했다.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

 

 하지만 시간이 흘러 오늘이 된 지금 나는 생각한다.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그 사실이 슬프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아프지 않은 것이 절대 아니지만 그럴 수는 있겠다고. 그리고 그건 내가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는 것을, 심지어는 그 사람도 어쩌지 못하는 영역임을 안다. 그래서 아주 어렵사리, 어렴풋이 존중한다. 2월 어느 날의 나는 그 말과 마음을 받아들이지 못해서 이미 닫혀버린 문 앞에 혼자 서서 엉엉 울고 욕을 하고 발로 걷어차다가 다시 애원했었다. 끝내 문은 다시 열리지 않았고 나는 같이 걸어갔던 길을 혼자 걸어 왔다. 혼자 걸어오는 길에 역시나 많이 울었다. 그랬던 나다. 그랬던 나는 이제 생각한다. 사랑은 변한다고.

 

 영화 「봄날은 간다」를 두고 노희경 작가님이 쓰신 평론을 봤다. 그중 내 마음에 들어와 박힌 부분이 있다.

 

 인생을 살면서 절대 잊혀질 것 같지 않은 장면들이 잊혀지고, 절대 용서될 것 같지 않은 일들이 용서되면서 우리는 여자로 혹은 남자로 성장한다. 누구는 그러한 성장을 성숙이라고도 하고, 타락이라고도 말한다. 그러나 나는 다만 과정이라고 말하고 싶다.

 

 성장이라기엔 조금 멋쩍고, 타락이라기엔 이로운 것이라 역시 ‘과정’이란 말이 맘에 든다. 우리 모두가 사실은 다 ‘과정 중에 있는 사람들’. 나 역시도 어떤 과정을 지나쳐 깨닫지 못했던 것을 깨닫고, 용서하지 못했던 잘못을 용서하고, 이해할 수 없었던 마음을 이해하게 되었다. 용서를 하고 싶었는데, 그러면 내 마음도 지금처럼 지옥은 아닐 것 같아서 차라리 용서라도 하고 싶었는데 그마저도 하지 못해 괴로웠던 밤을 지나 다시 새로운 지점에 선 듯하다.

728x90
728x90
BIG

'써 내려간 마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영화 <본즈 앤 올>, 러브 이즈 올  (4) 2022.12.09
아무튼, 죽음  (0) 2020.09.06
내 몫의 부끄러움에 대하여  (0) 2020.08.15
사건의 전말  (0) 2020.08.01
고양이와 고딩 <1> : 선준  (0) 2020.07.15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