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ewport" content="user-scalable=no, initial-scale=1.0, maximum-scale=1.0, minimum-scale=1.0, width=device-width"> '글' 태그의 글 목록 (2 P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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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습 63년생 아빠는 많은 것이 어렵다. 복잡한 스마트폰 사용이 어렵고 예전 같지 않은 몸이 어렵고 딸에게 다정하게 말 거는 것이 어렵다. 그리고 나는 그런 아빠가 어렵다. 여러 번을 알려줘도 같은 것을 또 다시 알려줘야 하는 것이, 점점 더 느리고 둔해지는 나이가, 아빠와 있을 때의 정적이 어렵다. 아빠는 요즘 무슨 생각을 할까. 아빠의 삶에서 낙은 무엇일까. 그런 것이 있기는 할까. 사실 나는 아빠를 잘 모른다. 그리고 아빠 역시 딸을 잘 모른다. 그건 아마도 우리의 대화가 부족하기 때문이겠지. 어느 정도냐면, 아빠는 내가 20살 때부터 6년간 사귀었던 남자친구의 존재를 몰랐다. 굳이 숨긴 것도 아닌데 졸업식에 와서야 '내 딸의 남자'라는 존재에 대해 알게 되셨다. 친구들은 내가 아빠와 따로 사는 거 아니.. 2020. 6. 23.
<실연당한 사람들의 일곱 시 조찬모임> - 백영옥 마지막 연애 이후 나는 어디 한 군데가 고장 나버린 것 같다. 아니, 분명히 고장이 났다. 사랑하는 동안에 내가 이 사람을 만나려고 그동안 힘들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이 사람을 만나게 해주셔서 감사하다는 기도를 매일 했다. 이 사람을 만나서 사랑을 다시 배웠다고, 그 전에 내가 알던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다고 확신하는 나날들이었다. 하지만 돌연 그는 이별을 선언했다. 마음이 식었다고 했다. 사랑이 변할 수 있음을 알고, 사랑의 속도와 크기가 같을 수 없음을 나 역시 안다. 이것에 대하여 원망을 하고 싶지도 않고, 할 수도 없단 것 또한 안다. 하지만 그가 택한 이별의 방식과 시기는 너무나 원망스러웠다. 그것은 내게 너무 잔인한 이별이었다. 내 사랑이 죽은 그 날 이후 나는 줄곧 ‘오전 일곱 시의 유령’ .. 2020. 6. 21.
시절인연(時節因緣) 안녕, 정민아. 나는 너고, 너는 나야. 나는 스물 아홉의 너지. 뜬금없이 오늘처럼 아무 날도 아닌 평범한 오월의 어느 날에, 아무 이유 없이 2년 전 스물 일곱의 나한테 편지를 쓰고 싶어졌어. 너는 늘 너한테서 편지를 받아보고 싶어 했잖아. 갑작스럽지만 그걸 오늘 한 번 해보려고. 29세 현재의 근황부터 알려줄게. 나는 지금 중학교에서 근무하고 있어. 올해는 1학년 담임을 맡았고, 자유학년제라 애들은 ‘나만의 책 쓰기’ 수업 중이야. 그래서 요즘은 애들의 글을 읽고 있는데, 읽다보면 정말 많은 감정이 몰려 오고는 해. 한 명 한 명이 갖고 있는 개인의 서사를 읽어내려 가면서 14년 인생사 희노애락을 함께 하고 있으니 당연하지. 그 중에는 내가 아는 사건도 있고, 모르는 사건도 있는데 그것들을 통해서 이.. 2020. 6. 19.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 - 양귀자 / 페미니즘, 그 이상 강민주와 함께 하는 동안 나는 행복했다. 같은 여자로서 철저히 강민주의 입장으로 강민주에게 동의하고 강민주에게 공감하며 읽었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이 책이 페미니즘으로 점철된 책은 아닐까, 약간의 기우가 있었지만 아니었다. 작가의 말에 이 책의 주제가 잘 나타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성의 대결이나 성의 우월을 가리기 위해 이 소설이 쓰인 것은 아니다. 이 소설은 말하자면 상처들로 무늬를 이룬 하나의 커다란 사진이다. 함께 들여다보면서, 서로 대립하지 않고, 각자 동등한 자리에서 조화롭게 살아가는 길을 모색하는 데 유용하게 쓰여야 할 사진이다. 강민주의 테러가 잔인한 보복으로 끝나지 않고 가슴 더운 인간의 길로 접어든 것도 그 때문이다. 나는 가능하면 이 소설이 여성소설의 범주에서만 읽히지 않고 세.. 2020. 6. 19.
부부의 세계, 나는 알 수 없는 드라마를 보면서 도통 울지 않는 경애씨와 드라마를 보면서 대개 잘 우는 귀영씨와 함께 ‘부부의 세계’ 마지막 화를 시청했다. 이태오는 끝까지 찌질했고, 나는 그 찌질함이 준영이와 선우가 함께한 식사자리에서 극에 달했다고 생각했다. 차라리 죽어버리든가, 라고 말하는 선우의 말이 너무나 속 시원했고, 너무나 진심처럼 들렸다. 식사를 마치고 준영이, 선우와 헤어진 이태오는 지나가는 트럭에 뛰어든다. 엄마는 그걸 보고 정말 마지막까지 자기 생각만 한다면서 이태오를 격하게 씹고 뜯었다. 다음 장면에서 걸어가던 선우의 뒤로 끔찍한 사고를 상상하게 하는 소리가 들리고, 그녀는 직감적으로 이태오에게 돌아간다. 이태오가 차에 치인 것이 맞는지 확인하기 전까지, 그리고 이태오가 (다행인지 불행인지) 차에 치이지 않은 것을.. 2020. 6. 11.
자만추로의 회귀 ‘부먹/찍먹’에 버금가는 논쟁으로 ‘자만추/인만추’가 있다. 그리고 나는 두말 할 것 없이 자만추였다. 연애라는 목적의식이나 부담감, 의무감 없이 무(無)의 상태에서 시작하여 차곡차곡 유(有)의 상태로 나아가는 흐름이 좋았다. 그렇게 오랜 시간을 두고서 지켜 본 사람이라면 연인으로서의 모습 역시 잘 알 수 있을 거라고 확신했다. 그래서인지 인만추의 정점에 있는 ‘소개팅’에 대한 거부감이 컸다. 누가 봐도 저 둘은 소개팅 중이란 걸 알 수 있는 그 어색한 기류가 거북했고, ‘파스타’라는 상징적 기호 역시 너무 진부했으며, 여러 소개팅 괴담이 배경지식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분명한 목적을 가진 이성(혹은 동성) 둘이 태어나서 처음 만난 그날에 서로를 탐색하기 위해 질문 폭격을 던지고 함께하는 시간 내내 상대.. 2020. 6.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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