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ewport" content="user-scalable=no, initial-scale=1.0, maximum-scale=1.0, minimum-scale=1.0, width=device-width">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 - 양귀자 / 페미니즘, 그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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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키우는 책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 - 양귀자 / 페미니즘, 그 이상

by grabthecloud 2020. 6.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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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민주와 함께 하는 동안 나는 행복했다.

 

 같은 여자로서 철저히 강민주의 입장으로 강민주에게 동의하고 강민주에게 공감하며 읽었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이 책이 페미니즘으로 점철된 책은 아닐까, 약간의 기우가 있었지만 아니었다. 작가의 말에 이 책의 주제가 잘 나타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성의 대결이나 성의 우월을 가리기 위해 이 소설이 쓰인 것은 아니다. 이 소설은 말하자면 상처들로 무늬를 이룬 하나의 커다란 사진이다. 함께 들여다보면서, 서로 대립하지 않고, 각자 동등한 자리에서 조화롭게 살아가는 길을 모색하는 데 유용하게 쓰여야 할 사진이다. 강민주의 테러가 잔인한 보복으로 끝나지 않고 가슴 더운 인간의 길로 접어든 것도 그 때문이다. 나는 가능하면 이 소설이 여성소설의 범주에서만 읽히지 않고 세상의 온갖 불합리와 유무형의 폭력에 반대하는 모든 사람에게 함께 읽히기를 감히 소망한다. 그것이 삶을 대하는 진정한 에의라고 믿는다.


/독서토론 발제

-소설 속 인물들을 가상 캐스팅 해본다면?

-페미니즘적 발언을 할 때 어떤 태도로 이야기하나요?

-책이 발간된지 28년이 지난 오늘날, 강민주가 원하던 세상에 많이 가까워졌다고 생각하나요?

-금지된 것을 소망한 적이 있는지? (금지된 것을 직접 실행하는 편인지, 마음속으로만 생각하는지)

-평소에 듣기 좋아하는 관용구가 있으신가요?

-자신만의 필생의 사업은 무엇인가요?

-(P.144 희고 말간 것은 싫다. 탱탱하고 번들거리는 피부도 싫다. 한 번도 깨져보지 않아 굳은 살이 배기지 않은 삶은 정상적인 삶의 행로라고 볼 수 없다. 그런 삶은 가짜다. 역사가 없는 것이다.)

안온한 무지, 아무 것도 모르고 순수한 사람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한 줄 평

-9.5점 강민주도 어쩔 수 없었지만 언젠가는 그 누군가가 - 혹은 내가

-8점 어떻게 같이 살아갈 것인가

-9점 으악! 너무 너무 재밌다!

-9.5 몰입해서 읽게 된. 통쾌하면서도 안타깝다

-8점 모두가 같이 생각해봐야 할 이야기

-9.5 새로운 캐릭터들을 만날 수 있는 하지만 마지막은 뭔가 씁쓸하다

-6점 내가 알고 있다는 생각보다 더 많은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밑줄

-오로지 얼굴만 내세우는 미인들의 그 백치미는 또 어떤가. 평생 자신의 외모를 가꾸며 살아가도록 태어나지 않고 평생 자신의 두뇌를 의지하며 살도록 태어난 것을 나는 하늘에 감사한다.

 

-아니다. 그렇지 않다. 환상이란 절대 존재하지 않음을 내가 보여주고 확인시켜줄 것이다. 나는 여자들이 그렇게나 많이 남자들에게 당했으면서도 여전히 남자에게 환상을 품는 것에 정말이지 소름이 돋을 지경이다. 내가 선택한 이 운명 말고, 다른 운명의 남자가 어딘가 꼭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 여자들의 우매함은 정말 질색이다. 남자는 한 종이다. 전혀 다른 남자란 종족은 이 지구상에 없다.

 

-‘알프스의 소녀’는 여자애가, 그리고 ‘괴도 루팡’은 남자애가 읽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그 여선생을 경멸하기 시작한 것은 중학교에 입학해서였다.

 

-나는 낡은 생각, 낡은 언어, 낡은 사랑을 혐오한다. 나의 출발점은 그 낡은 뒤집은 자리에 있다. 장애물이 나와도 나는 그것을 뒤집어 버린다. 세상은 나의 운동장이다. 절대 그늘에 앉아 시간이나 갉아먹으며 사는 어리석은 짓은 하지 않겠다.

 

-달라졌지요, 물론. 그러나 아직도 근본적인 평등과는 거리가 멀어요. 그리고 여자들이 쥐고 있는 것은 경제권이 아니라 소비권 정도겠지요. 법적인 장치도 확실히 예전에 비하면 나아진 것은 사실이에요. 하지만 법은 인간의 정서를 일일이 반영할 수 없다는 치명적인 약점을 가지고 있어요. 여자와 남자의 문제만큼 심정적인 것이 또 있을까요? 사회의 지배제도가 남자에게 유리하게 통용되는 한은 어떤 완벽한 법도 여자들의 고통을 보상해줄 수 없어요.

 

-남자가 많이 알면 얼마나 많이 알겠습니까. 바깥일은 저 혼자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저는 그저 잘생기거나 부드러운 남자면 족합니다. 일에 지치고 세상에 시달린 몸을 쉬기에는 그 정도가 적당하다는 제 견해에 여러분 역시 동의하시리라 믿습니다.

 

-비록 적군이라 해도 가끔은 동지가 되기도 하는 것이 삶이란 이름의 연극이므로.

 

-언제까지나 시기상조론에 파묻혀 있을 것인가. 기회는 누군가 시작할 때, 바로 그때가 적당한 시기인 것이다.

 

-남자들의 눈물은, 남자들의 절망은, 아니 남자들의 젖은 날개조차 내 가슴을 미어지게 한다. 모든 젖어있는 것들은, 그것이 여자의 얼굴이건 남자의 얼굴이건 관계없이 나를 슬프게 한다는 것을, 나는, 이제, 서서히 깨닫는다. 모든 젖어있는 것에 나는 태연할 수 없다. 젖은 얼굴의 비애 앞에서 나는 꼼짝도 하지 못한다.

 

-모든 금지된 것은 유혹이고 아름다움이다. 죽음조차도.

 

-당신 말을 들으니 내가 이루고자 하는 것도 반 이상은 이루었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나머지 반은 당신처럼 좋은 남자들과 함게 하면 되겠네요.

 

-가짜로 살지 않았으므로 나는 아름답다.

 

-그녀와 함께 있을 때는 오히려 세상에 대해 이토록 절망적이지는 않았습니다. 그때는 그녀를 통해 희망을 보았었고…… 우리는, 서로를, 염려하고 존중했었습니다.

 

-그래서 강민주가 등장했다. 낮은 포복을 혐오하고 높이 기립해서 사는 여자. 물살을 거스르며 하류에서 강의 상류로 나아가는 여자. 그런 주인공이 필요했다. 현실에는 없지만, 소설에서는, 소설이므로, 강민주 정도는 나와야 한다고 생각했다. 강민주와 함께 하는 동안 나는 행복하기까지 했다. 글을 쓰면서 처음 느껴보는 낯선 감정이었다. 마음속에서 터져 나오는 말들을 손이 미처 따라잡지 못해 쩔쩔매는 순간도 있었다. 묻어두었던 할 말이 이리도 많았던가, 스스로 놀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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