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ewport" content="user-scalable=no, initial-scale=1.0, maximum-scale=1.0, minimum-scale=1.0, width=device-width"> <지구인만큼 지구를 사랑할 순 없어> 정세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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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키우는 책

<지구인만큼 지구를 사랑할 순 없어> 정세랑

by grabthecloud 2021. 8.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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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가까이 지내는 사람들은 말의 농도가 비슷한 게 아닐까? 어떤 사람들은 만나는 내내 자기 이야기만 늘어놔서 숨이 막히고, 또 어떤 사람들은 좀처럼 자기 이야기를 하지 않아서 상대에게 그 여백을 숨 가쁘게 채우게 하는데 말의 농도가 비슷한 사람들끼리는 편하니까. 그 농도가 비슷하지 않은 사람끼리 길게 보기는 어려운 것 같다.

 

95/ 소소한 것, 언뜻 무용해 보이는 것, 스스로에게만 흥미로운 것을 모으는 재미를 아는 사람은 삶을 훨씬 풍부하게 살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수집가만큼 즐거운 생물이 없고 수집가의 태도는 예술가의 태도와 맞닿아 있다. 항상 다니는 길에서 뭔가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사람들, 자신이 사는 곳을 매일 여행지처럼 경험하는 사람들이 결국 예술가가 되니까.

 

116/ 공동체가 죽음을 똑바로 애도하고 기억하고 전하지 않으면……. 죽은 자들을 모욕하지 않는 방향으로 기억을 단단히 굳히지 못하는 공동체는 결국 망가지고 만다.

(...) 한 사람, 한 사람의 가치를 부정하는 이들을 언제까지고 두려워할 것이다. “그놈들 머리에 폭탄이 떨어지면 좋겠어!”라든가 “그놈들 발밑에 지진이 나면 좋겠어!”라고 쉽게 말하는 사람들을 말이다.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지면 가장 순정한 사람들이 희생된다는 것을 외면하는 독선은 얼마나 독한가?

 

123/ “나는 나의 최대 가능성을 원해.”

최대 가능성이라는 압축적인 다섯 글자로 머릿속이 정리되었다. 이 불완전하고 가혹한 세계에서, 그래도 할 수 있는 데까지 성장해보고 싶다고 스스로의 욕망에 이름을 붙였다. (...) 그날부터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그것이 최대 가능성을 향하는지 아닌지를 기준으로 삼을 수 있었다. 외부로부터, 사회로부터 주입되지 않은 종류의 욕망을 가진다는 것은 사람에게 힘찬 엔진이 되기 마련이기에 우리는 욕망에 대해 더 이야기해야 한다.

 

131/ 시차 때문에 애매한 시간에 와라라라 몰아서 떠는 수다는 삶의 지점마다 나를 버티게 해주었다. 세계화란 친구를 지구 저편에 데려가 버리는 현상이라고 투덜거리면서도, L이 있는 곳이 어디든 그곳을 ‘친구네’라고 여기는 것이 싫지 않다.

 

135/ 해가 갈수록 내 안의 공격성을 제거하고 공격적인 경향의 주변인들을 멀리해온 것은 자기 보존의 방식이었을까. 회피와 퇴행이었을까? 답을 모르는 질문이 오래 쓰는 주제로 자리 잡아 간다.

하여튼 W는 잘 웃고 감정의 진폭이 적은 성격에, 열등감도 없고 꼬인 데도 없었다. 머릿속의 회로가 건강하게 직선적인 W와 지내는 것은 나에게도 큰 도움이 되었다.

 

150/ 필수적인 휴식이 모두에게 주어지지 않고 일부에게만 주어지고 있는 것 같다. 누구나 당연히 인간적인 휴식을 누릴 수 있는 사회는 요원해 보이고, 혹사와 착취는 종종 근면과 편의의 표면을 하고 있어 구분을 하려면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할 듯하다. 모두가 쉴 때 쉴 수 있게, 일하다 병들거나 죽지 않게 조금씩 불편해지는 것도 감수하고 싶은데 변화는 편리 쪽으로만 빠르고 정의 쪽으로는 더뎌서 슬프다.

 

157/ 영국 정원을 벗어나기 위해 영혼 없이 걷다가, 앞서 걸어가던 할머니 할아버지가 갑자기 멈춰 서 다정한 포옹을 하는 것을 보았는데 그 장면만이 살짝 위안이 되었다. 오래 살아남은 사랑의 실루엣은 젊은 연인들에겐 희망이 되곤 한다. 사랑과 사랑 안니 것들이 쉽게 분리되지 않는 방식으로 들러 붙어 있는 삶에서…….

 

160/ 가까운 사람들이 행복하지 않을 때 그 누구도 혼자 행복할 수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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