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ewport" content="user-scalable=no, initial-scale=1.0, maximum-scale=1.0, minimum-scale=1.0, width=device-width"> <2021 제12회 젊은 작가상 수상작품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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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키우는 책

<2021 제12회 젊은 작가상 수상작품집>

by grabthecloud 2021. 5.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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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하영 – 「그녀는 조명등 아래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11/ 나는 왜인지 매번 그에게서 정체를 알 수 없는 그리운 기분을 느꼈고, 그에게 그런 이야기를 하지 않기 위해 주의를 기울여야만 했다. 그건 뭐랄까, 아무 뜻도 없는 말이지만 어쨌거나 너무 사적인 감정이었고, 일단 튀어나오기만 하면 종잡을 수 없는 고백 비슷한 게 되어버릴 것 같았다.

 

51/ 우리 모두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각자의 굴욕을 꿋꿋이 견디며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

 

 

김멜라 – 「나뭇잎이 마르고」

 

94/ 그녀는 사람에게 다가가 마음을 주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 먼저 주고, 준 만큼 되돌려 받지 못해도, 다시 자기의 것을 주었다. 결국 그건 자기를 위해서도 좋은 일이라고 했다. 멀리, 크게 보면 그렇다고. 그런 말을 할 때 체의 얼굴은 느긋하면서도 단단해 보였다.

 

 

김지연 - 「사랑하는 일」

148/ 나는 늘 끝나는 순간에 대해 생각한다. 영지와 나의 관계가 끝나는 순간에 대해 생각할 때도 많다. 바라는 끝이 있어. 내 이야기는 이렇게 끝났으면 좋겠어, 하고 기대하는 장면들.

나는 아주아주 행복한 사람으로 죽을 거야. 아무도 그것 못 막을 거야.

 

151/ 시간이…… 멈춰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당연히 시간은 내 마음 같은 건 아랑곳 않고 자기 할 일을 했고 우리도 그저 우리 할 일을 할 따름이었다.

 

 

김혜진 - 「목화맨션」

169/ 뭐든 남들보다 천천히 한다고 생각하면 돼. 아무 문제 없어요. 밥 잘 먹으면 그걸로 된 거야. 걱정할 거 없어.

그것이 순미가 자신에게 했던 말이라는 것은 나중에 알았다. 단순하고 시시해서 싱겁게까지 여겨지는 그 말이 왜 항상 일렁이는 마음을 단번에 진정시키는지도.

 

184/ 그리고 이상하리만치 고요한 복도를 걷는 그 순간 확신할 수 있었다. 부서지고 무너지고 허물어 지는 것이 다만 눈에 보이는 저 낡은 주택들만은 아닐 거라고 말이다.

 

186/ 집을 채우는 것은 가구와 가전, 온갖 물건들이 전부인 것 같지만 실은 눈에 보이지 않는 한 사람의 시간이 더해져서 비로소 집이 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러면 당시 나는 누구와도 나눌 수 없고 돌이킬 수도 없는, 집과 나만이 공유했던 어떤 순간들에 대해 말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한정현 – 「우리의 소원은 과학 소년」

338/ “저기 배운 사람들은 남자랑 여자가 사랑하는 게, 아이를 낳고 국가가 정한 법을 벗어나지 않는 게 진정한 사랑이라고 하지만 안나 너는 알지? 이 수성이가 너를 생각하는 마음도, 이 우정도 사랑이라는 것을.”

 

352/ (작가 노트) 내가 탐구하는 가능성을 강인한 사람들을 존중하는 데 두고 싶었다. 왜냐하면 더 이상 악한 인간들을 이해하는 데 내 뇌와 지면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거니와, 나는 선한 강인함을 가진 사람들에게서 세상을 낙관하는 법을 배웠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 소설 속의 사랑과 낙관은 실재하지도 않는 경제적 이익이나 권력을 보상으로 내세워 현재의 힘든 상황을 무조건 견뎌내게 만드는 ‘잔혹한 낙관주의’와는 확연히 다르다. 즉, 미래를 위해 현재를 반납하는 삶의 자세를 ‘인내’로 포장하는 그런 의미의 낙관주의가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소중한 걸 놓아야 하는 순간조차 유연함으로, 선함으로 이겨내는 사람들만이 품을 수 있는 강한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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