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43
내가 가장 두려워하는 노년의 모습이 거기 있었다. 관성이 되어 버린 외로움과 세상을 향한 차가운 분노, 그런 것을 꾸부정하게 굽은 몸과 탁한 빛의 얼굴에 고스란히 담고 있는 모습. 나는 얼른 고개를 돌렸다. 타인을 보며 세상으로부터 버려지는 나의 미래를 연상하고 싶지는 않았다.
p.49
그러나 죄를 모른다는 건, 그 순진함 때문에 언제라도 더 큰 악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의미기도 했다.
p.57-58
실패와 절망의 롤러코스터와 다를 것 없던 앙리의 삶, 아무도 보상해 주지 않았고 아무것도 보상이 될 수 없는 내 아버지의 삶, 오직 그의 삶, 생각하며 굳은 얼굴로 묵묵히 짐을 싸고 있는데 나나, 앙리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나를 불렀다. 고개를 들자 나나, 그것이 인생이야. 앙리는 뒤이어 말했다.
p.220
얼굴의 일부가 아니라 생애의 접힌 모서리가 절박하게 닮은 사람들,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p.241
어둠이 내리자 조등의 노란 빛이 식당 안으로 번져 들어와 우리의 고요한 테이블을 조심스럽게 에워쌌다. 그 빛은 죽음의 표식이 아니라 오히려 삶의 테두리를 보호하는 얇은 막 같다고 나는 생각했다.
p.252
태어나기 전에 포기되었어야 했다고 생각하던 시절과 지금도 가끔씩 그런 마음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현재의 나 자신마저 포함하는 내 삶이니까요.
엄마 들리나요?
나는 이렇게 살아 있습니다.
인생이 꿈인지 생시인지 구분할 수 없을 만큼 쏜살같이 지나가고 그 밑바닥에 정제되어 남는 건 외롭고 쓰라린 것...
미안하지만, 때로는 그것이 인생이야, 나의 아가.
당신의 이름은 무엇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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