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ewport" content="user-scalable=no, initial-scale=1.0, maximum-scale=1.0, minimum-scale=1.0, width=device-width"> '에세이' 태그의 글 목록 (3 Page)
본문 바로가기
728x90
728x90
BIG

에세이15

77page의 페이지스 4집 <부치지 않은 편지> 보호되어 있는 글 입니다. 2020. 5. 12.
수취인불명 나는 그날 확신했어. 너랑 이렇게 헤어지고 나서도 나는 참 잘 살 수 있겠다고. 너 그날 그 검정색 셔츠 입고 왔잖아. 백화점에서 피팅한 거 보고 내가 엄청 칭찬해서 바로 샀던 거. 너한테 정말 어울렸고 나도 너무 좋아하는 스타일이었어. 나는 원래 진짜 좋은 건 진짜 좋아해주잖아. 근데 그 옷을 그날 거기서 볼 줄은 몰랐네. 어쨌든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지. 중요한 건, 그날 그 옷이 하나도 안 멋져 보였다는 거야. 멍청한 표정으로 고장 난 라디오처럼 바보같은 소리만 하고 있는 너한테 그 옷은 정말 안 어울렸어. 그래서 나는 확신한 거야. 나도, 너를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다고. 그날 또 비가 왔잖아. 세상은 비련의 여주인공 분위기가 가득했지만 나에게는 파라솔 같은 우산이 있었어. 나는 뽀송하게 집으로 .. 2020. 4. 18.
고등어 무늬 지금 내 방에는 나말고 다른 생명체가 있다. 고양이다. 이 고양이의 이름은 ‘찐꼬’. 찐꼬는 아메리칸 숏헤어와 브리티쉬 숏헤어가 섞인 깜찍한 혼종인데 아메리칸 숏헤어는 고등어 무늬가 특징이다. 찐꼬라는 이름은 ‘진짜 고등어’의 앞 글자를 따 지은 것이다. 찐꼬의 눈은 우주다. 아니면 하나의 우주를 그대로 축소해 담아놓은 너무나 영롱한 구슬이다. 밝은 곳에 가면 동공이 작아지는데 그땐 마치 반지의 제왕의 ‘사우론’같다. 그런 눈으로 나를 보면 나는 왠지 프로도가 된 것만 같고 호빗처럼 작아진다. 늘 혼자서 찐꼬에게 마음을 들킨다. 나는 인간 중에서도 너무나 읽기 쉬운 인간이라 서둘러 눈을 피한다. 찐꼬는 사시사철 흰색 스타킹을 신고 있다. 머리와 등, 꼬리에만 고등어 무늬가 있고 다리는 하얗기 때문이다. .. 2020. 4. 18.
728x90
728x90
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