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ewport" content="user-scalable=no, initial-scale=1.0, maximum-scale=1.0, minimum-scale=1.0, width=device-width"> <출발선 뒤의 초조함> 박참새 대담집 - 김겨울 이승희 정지혜 이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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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키우는 책

<출발선 뒤의 초조함> 박참새 대담집 - 김겨울 이승희 정지혜 이슬아

by grabthecloud 2022. 9.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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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겨울 / 박참새

#나의 못남을 견디기

p.44

겨울/ 내가 만든 거, 너무 형편없잖아요. 그런데 이렇게 계속하면 아무것도 안되겠는 거예요. 내 마음에 안 든다고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으면 어떻게 내 길을 만들겠어요. 피드백도 받아야 하는 거고요. 그러니 나의 못남을 좀 견뎌야 하는 거죠. 어쨌든 못하는 게 안 하는 거보다는 결과적으로 나의 발전에 도움이 많이 된다고 생각하고, 실제로도 그랬고요. 그런 조언을 저도 봤었어요. 미완성 곡이나 미완성 글을 두 편 쓰는 것보다, 못났지만 완성된 하나를 만드는 게 훨씬 더 많이 성장하게 한다는 말이요.

(...) 뭔가를 계속 쌓아 나가는 일이 결국 스스로에게 더 도움이 될 거고, 아무리 ‘이건 완벽하게 만들겠어.’ 해봤자 그걸 나 혼자 가지고 있으면 누가 어떻게 볼 수 있겠어요. 그래서 그런 말을 많이 했었죠. “어쩔 수 없다.”

(....)영원히 완벽해지지 않아요. 누구든지 포기하는 순간을 맞이해야 해요. ‘여기서 포기다. 타협해야겠다.’는 순간을 맞이 해야만 노출이 가능하기 때문에, 그냥 뭐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고요.

(...) 언제든 무마할 시간이 남아 있다고 생각해야 해요. 내가 지금 개떡같이 했어도, 이걸 무마할 시간이 남아 있다는 걸, 내 인생에 아직 무엇이든 무마할 시간이 남아 있다고 믿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책 너머의 사람

p.53-4

겨울/ 책이 지겹지 않느냐는, 비슷한 맥락이었는데요. 그런데 이동진 평론가님이 “책은 지겨워 질 수가 없는 매체”라고 하시더라고요. 저는 들으면서 너무 공감했거든요. 왜냐하면 책은 이게 지겨우면 다른 걸 읽으면 되니까요.

(...) 그러니까 책은, 우리가 ‘책’이라는 이름으로 묶고 있지만, 하나의 동일한 존재가 아닌 거예요. 그 안에 너무 다양한 세계가 있기 때문에 지겨워질 수 없는 매체라고 저도 생각해요. (...) 책은 계속 재미있어요.

참새/ 약간 사람같은 거네요.

겨울/ 그렇죠.

참새/ 사람이 지겨워지지는, 잘 않잖아요.

겨울/ 맞아요. 계속 새로운 면을 또 발견하는 거고요. 그 안에 든 내용은 정말 천차만별이니까요.

 

p.56-7

참새/ “내가 책이 아니면 어쩌지, 하는 불안과 내가 겨우 책에 불과하면 어쩌지, 하는 공포 사이에서 이 책은 완성되었다.”라는 문장인데요. 책에 불과하면 어쩌지라는 마음은 되게 궁금해졌어요.

겨울/ 책이 아무리 위대해도 삶보다 위대할 수 없다는...

(...) 저에게 양가적인 감정이 있는 거예요. 인용하신 문장에 그 양가적인 마음이 그대로 들어가 있는 건데, 저는 책이 너무너무 좋고 너무너무 위대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동시에 삶을 넘어설 수 없다고도 생각해요. 하지만 책이 더 위대하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어요. 마음 속에 양쪽이 다 있는 거예요. 책과 삶 사이에서 왔다 갔다 하는 마음이 있는데, “책에 불과하면 어쩌지, 하는 공포”는 그런 맥락이었던 것 같아요. 82년을 살다 죽은 사람의 삶은 82년 동안 혹은 그보다 더 오랫동안 읽어야 하는 책이고, 절대로 완독될 일이 없고 앞으로도 누구에게 읽힐 일이 없는 이 책을, 최선을 다해 쓰는 태도를 우리는 품위라는 부른다는 구절이요. 인간의 삶이 한 권의 책보다는 분명히 더 방대하고 더 많은 측면이 있고 더 많은 의미가 있을 거라고 믿고 싶은 거예요. 제가 책을 숭배하는 사람은 아닌 거죠. 책을 너무 좋아하고 숭배하는 마음도 있지만, 동시에 인간의 삶은 그것보다 클 것이라고 믿는 마음도 있어요.

 

#나의 못남을 견디기

p.64

참새/ 나를 드러내 보이는 일을 잘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겨울/ 저는 딱 두 가지라고 생각하는데요. 더 잘하고 싶다는 마음과 내가 별로라는 인정.

이 두 가지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내가 별로라는 걸 인정하면 발전이 없을 수도 있어요. 더 발전하고 싶다는 마음이 있어야 하는데, 그것 때문에 또 공개를 못해서는 안 되거든요. 그냥 인정해야 해요. 이거밖에 못 한다는 것을요.

참새/ ‘지금은’ 이게 나의 최선이다.


이승희 / 박참새

#호흡과 중단

p.82

승희/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 가서 화풀이한다는 말이 있잖아요. 친구들끼리 서로 각자만의 한강이 뭐냐는 이야기가 나왔어요. 그런데 거기서 제가 대답을 못한 거예요. 스스로 위안받는, 나만의 한강은 뭐가 있을까 생각했는데, 저는 그냥 집에 누워 있는 거예요.

 

p.85

승희/ 불안함이 제 삶을 다른 쪽으로 넓혀가게끔 동력이 되어주는 건 맞아요. 불안함이 없으면 현상과 현재를 오히려 즐기겠죠. 그런데 불안하다는 건 지금에 대해 불안하다는 거니까요.

(...) 그런 순간마다 방향을 자꾸 트는 거죠. 그런데 그게 결국 모여서 나라는 사람을 확장시켜 주더라고요.

 

p.88

승희/ 저는 어떤 사람의 일하는 모습이나 몰입하는 모습을 보면 사랑에 빠진다고 생각하거든요. (...) 저는 누군가의 몰입하는 순간을 보는 걸 좋아해요. 본인이 막 벌여도 보고, 고통스러우면 좀 쉬었다가 가기도 하고요. 그래서 저는 그냥 마음대로 해봤으면 좋겠어요.

 

#번거롭게 사랑하기

p.111

승희/ 요즘은 기록이 무언가를 기억하게 해주는 것 같아요. 당시의 감정, 당시의 상황, 누군가의 상황, 그걸 다 기억해주는 게 기록이더라고요. 나를 기억하게 해주기도 하고, 타인을 기억하게 해주기도 하고요. 무언가를 기억하게 해주는 일이 세상을 살아가는 힘을 주는 것 같아요. 반대로 누군가에게 힘을 줄 수도 있고요. 그래서 기록이라는 일이 한 시점에 방점을 찍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기록이 저한테 굉장히 많은 기회를 줬어요.


3. 정지혜 / 박참새

#나를 움직이는 사랑

p.144

참새/ <어른이 슬프게 걸을 때도 있는 거지>를 쓴 박선아 작가님께서 “굳이 싫어하는 걸 말하지 않고 좋아하는 것만 말하고 살아도 충분히 나를 설명할 수 있다.”라는 말씀을 해주셨다고 하셨잖아요. 저도 요즘에는 좋은 게 더 좋고, 그런 걸 표현하는 즐거움이 훨씬 더 큰 것 같아요.

 

p.161-3

지혜/ 제가 가장 좋아하는 말 중에 이런 게 있어요. ‘사랑은 우리를 늘 어딘가로 데려간다.“라는 말인데. 사랑을 하면 사람들이 안 해봤던 걸 해보거나, 힘든 걸 감당하거나, 뭔가 무릅쓰고 시도하고 움직이게 만든다고 생각하거든요. 그 과정에서 ’나‘라는 사람이 분명히 뱐하고, 그것이 사랑의 결과물이라고 생각해요.

(...) 그게 저는 사랑의 증거라고 생각해요.

(...) 그냥 사랑하는 걸 많이 만들면 되더라고요. 지금 사랑하는 게 책밖에 없어서 고민이신 거라면, 책 말고도 좋아하는 세계를 더 다양하게 만드는 거죠. 책이 나를 힘들게 하면 다른 세계로 가서 잠깐 쉬고, 그 세계가 나를 힘들게 하면 또 다른 세계를 찾는 식으로요. 사랑을 여러 가지로 만들어서 굴리는 게 요즘 저의 방법인 거 같아요.

참새/ 지혜님이 책에서도 인용하셨는데, ”나는 이런 사람이라고 단정 지어버리는 순간 세계는 멈춘다.“고요.


4. 이슬아 / 박참새

#아득한 과거에게

p.209

슬아/ 사랑받은 경험 때문에 용기가 나기도 하지만, 사랑해본 경험 때문에 용기가 나기도 해요. 사랑해본 여러 타자들과의 경험에서 비롯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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