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ewport" content="user-scalable=no, initial-scale=1.0, maximum-scale=1.0, minimum-scale=1.0, width=device-width"> <우리의 사랑은 언제 불행해질까> 서늘한여름밤
본문 바로가기
나를 키우는 책

<우리의 사랑은 언제 불행해질까> 서늘한여름밤

by grabthecloud 2020. 5. 9.
728x90
728x90
BIG

 

 


<온전하지 않은 사랑의 시작>

 사랑의 이상적인 모습이 어떤 것인지 우리 모두 대충은 알고 있다. 혼자서도 괜찮은 사람 둘이 만나, 서로의 결핍을 충족시키며 온전해지는 사랑. 하지만 모든 사랑이 이렇게 시작하지는 않는다. 작가님 역시 실연으로 인해 결핍되고, 무언가가 매우 절박한 상태에서 사랑을 시작했다. 이상형도 아니고, 절절하게 사랑하지도 않는 상대와 아주 미지근하게, 별 다른 기대 없이. 나는 작가님이 보이는 이 사랑에 대한 냉소적이고 자기중심적인 태도와 정서가 좋았다. 아마도 현재 나의 상태와 비슷해서 그런 것 같다.

 나는 더 이상 사랑에 기대를 걸고 싶지 않았다. 사람은 다 거기서 거기고, 거기서 거기인 사람들이 모여 하는 사랑 역시 거기서 거기라는 것을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어떤 이의 절망에 구원이 되어 줄 사랑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 책도 그런 불신과 냉소를 이야기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서로의 결핍과 상처, 처절한 밑바닥까지 모두 다 보여줄 수 있는 사랑이 있다고, 그렇게 다 보여주고서 더 깊어지는 사랑이 있다고, 서로를 변화시키고 성장시키는 사랑이 있다고, 이 책은 이야기한다. 사실 이 책은 그런 사랑을 하고 있는 작가님의 후기란 생각이 든다. 그리고 나는 영업을 당해버렸다. 다시 사랑을 믿게 되었으니. 그런 사랑이 내게도 찾아올지는 아직 미지수이지만.


/밑줄

-불화한 가정에서 자란 아이는 커서 어떤 사랑을 하게 될까? … 그러나 나는 우리가 시작했던 곳과는 아주 다른 곳으로 나아갈 수 있으리라 믿는다. 그러니 더는 불행을 기다리지 말기로 하자.

 

-나는 이번 연애에서는 미친 사랑을 받고 싶었다. 너는 제정신인 사람 중에 제일 나를 좋아했다. 그게 마음에 들었다. 어려운 사랑은 더 이상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 건 개나 줘버려야 한다. 사랑을 한 치도 숨기지 않는 너의 사랑은 만만하고 쉬웠다. 너의 사랑은 눈으로 볼 수 있었다. 나를 좋아하는 마음이 표정으로, 목소리로, 행동으로 뿜어 나왔다. 네 숨소리만 들어도 네가 나를 좋아한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거짓말 같은 표현이지만 정말 그랬다. 설혹 내가 외롭지 않았더라고 그런 사랑을 밀쳐내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내가 언제 ‘여기서부터 사랑입니다’라는 이정표를 지나쳤는지 알 수 없다.

 

-내가 너의 바닥을 바라보았을 때 비로소 나는 너를 이해할 수 있었다. 우리의 사랑은 허공에 떠 있지 않았다. 서로의 바닥에 발을 디딜 수 있는 관계의 시작이었다.

 

-연인은 서로 상처를 주고받기로 약속한 사이다. 서로에게 생채기를 낼 정도로 가까이 있다는 걸 확인한 후에야 안심하며 사랑할 수 있다. 크고 작은 상처들을 내고 아문 자리가 엉겨 붙으며 가까워지는지도 모른다. 나로 인해 상처받는 너를 사랑한다.

 

-나는 상대의 모든 면을 좋아하는 사람이 존재한다고는 믿지 않는다.

 

-사랑하면 가까워진다. 가까워지면 거슬리는 것들이 보인다. 나는 너에게서 싫은 면을 발견하게 될지라도 너를 대충 보고 싶지는 않았다. 내 마음에 안 드는 너의 부분들을 마치 없는 것처럼 지워버리고 싶지 않았다.

 

-처음부터 그냥 톡 까놓고 “야 이 새끼야. 연인이라면 날 더 사랑해주고 내가 의지할 수 있게 해달란 말이야.”라고 말할 수 있는 인간이라면 좋았겠지만 그러지 못했다. 부담을 줄까 봐. 그러면 날 싫어할까 봐. 한 번 의존하기 시작하면 끝이 없을까봐. 거절당하면 너무 상처받을까 봐.

 

-뭐 어때. 너와 나의 집에서는 내가 장녀도 아닌데.

 

-나는 아무리 애를 써도 그 유부초밥을 부인할 수도, 모를 수도 없었다. 사랑은 모를 수가 없었다.

 

-다 잊지 못할까 봐 두려웠고, 다 잊을까 봐 두려웠다.

 

-다시 사랑을 했다. 운 좋게 벤츠가 와서 더 좋은 사랑을 시작한 건 아니었다. 다만 다른 사람이었고, 다른 사랑이었다. 오직 마지막 사랑만이 진실하다면, 끝나버린 사랑은 그 사랑을 위한 연습 게임일 뿐이라면, 지금의 사랑이 진짜인지 어떻게 확신할 수 있을까? 사랑한 모든 순간은 진짜였다. 그 시간은 내 삶에 나이테처럼 남아 있다.

 

-결핍이 나를 결혼으로 이끌었다고 말하기에는 어쩐지 부끄럽다. … 하지만 이것이 사실이다. 굶주린 사람이 귀신같이 음식 냄새를 알아채듯, 나는 네가 오래된 상처와 결핍을 치유해줄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냄새 맡았는지도 모른다.

 

-나는 너를 위해 내 심장을 내어줄 수 있다. 그러나 피곤한 날 음식물 쓰레기를 대신 내다 버려줄 수 있을지는 확신할 수 없다. 그 어떤 모습도 거짓은 아니다. 너무나 불순하고 평범한 우리 사랑의 민낯.

 

-나를 사랑하는 건 너를 사랑하는 일이 될 테니, 너를 사랑하는 일로 나를 용서하고 싶었다.

 

 

728x90
728x90
BIG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