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초엽 작가님의 책에 대한 글쓰기 주제 : SF 소설
그래서 써본 ('야매'?지만) 진지한 SF 소설
<나의 이름은>
“수정아!!!!!”
여기가 어디인지 모르겠다. 내가 누구인지도 모르겠다. 그냥 잠 비슷한 것에서 깨어나 이곳에서 눈을 떴고, 머릿속엔 오로지 한 가지 이름만이 떠오른다. 수정. 나는 수정이에게로 가야한다. 그게 내 삶의 목적이고 내 존재의 이유인 듯하다.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고 기억할 수 없는 와중에 그러하다. 나는 수정이를 만나야 한다. 나는 내 자신보다도 더 명확하게 수정이를 느끼고 있고 그녀에게 이끌리고 있다. 내 몸이 알아서 앞으로, 앞으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20분쯤 흘렀을까, 나는 달리는 듯, 혹은 헤엄치는 듯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방식은 모르겠지만 그냥 앞으로만 가고 있다. 사방은 어두컴컴하고 이곳에는 아마 나 혼자인 것 같다. 아닌가? 확실하지 않다. 저 멀리서 둥그렇고 희미한 빛이 보일 뿐이다. 달인가 싶지만 저것이 달은 아니다. 내가 누구인지는 여전히 모르겠다. 하지만 저 빛 너머에 수정이가 있고, 수정이만 만나면 내 이름을 포함한 모든 궁금증이 해결될 것이다. 지금 나에게는 이것만이 확실하고 유일하다. 내가 계속 달려야 할 이유다.
30분쯤 흘렀을까, 빛은 더 가까워졌지만 나의 체력은 한계치다. 나는 숨이 가쁘다. 그리고 몇 가지 알게 된, 아니 자각하게 된 것이 있다. 첫째, 나는 달리는 것이 아니라 헤엄치고 있다. 둘째, 이곳에 나 말고 다른 이들이 있다. 그런데 방향도 속도도 제각기다. 나처럼 빛을 쫓아가는 이도 있고 이상한 곳으로 가서 돌아오지 않은 이도 있다. 어쨌든 모두가 자신의 목적지로 향해 간다. 저들은 누구를 만나러 가는 걸까? 혹시 수정이를 알까? 어쨌든 시간이 갈수록 그 수가 줄고 있다. 돌아오지 못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는 뜻이겠지. 이곳은 도대체 어디일까. 셋째, 비가 내리고 있다. 내가 깨어난 후 줄곧 비가 내렸고 이 비는 그치지 않는다. 그런데 이것은 산성비다. 이곳에 산성비가 내린다. 그리고 나는 이 비가 너무 시리고 맵다.
40분쯤 흘렀을까, 수정이만을 생각하며 헤엄쳤다. 혹자는 이걸 사랑이라고 할까? 아니, 이건 사랑이 아니다. 그녀는 그 자체로 나의 본능이고 본질이다. 그녀가 나의 정체성이다. 이제 빛이 거의 코앞이다. 눈이 부시다. 저 빛 너머에서 수정이가 나를 부르는 소리 들린다. 희미하지만 또렷하다. 저기 수정이가 있고, 수정이가 나를 부른다. 우리는 만나서 곧 하나가 될 것이다. 거의 다 왔다. 나는 죽을힘을 다하되 절대 죽어선 안 된다. 수정이를 만나야 한다. 그리고 마침내 저기 수정이가 보인다. 빛이 걷히고 수정이가 드디어 내 이름을 부른다.
“정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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