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 평점 및 한 줄 평
-9점 : 김한민님은 자신의 생각에 완벽한 이해와 근거를 가진 멋진 사람. 전부 납득이 되어 자꾸만 죄책감을 느끼게 하는 멋진 책.
-7점 : 환경 문제를 바라보는 시선엔 공감, 문제의 객관화와 해결에 대한 방향 제시는 아쉬움. 동물권을 주장하기 위한 근거인 감응력과 윤리에 대한 기본적인 논의가 더 있었으면 어땠을까?
-8점 : 환경을 생각하는 마음에서 시작된 글이라는 점, 자기 의견을 강하게 피력하는 점에 대해 멋지다는 생각이 들고 쉽게 읽히도록 잘 썼다. 다만, (책의 분량상의 한계로) 객관적인 데이터는 보여주지 못하고 말로만 간략하게 설명한 부분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8점 : 글을 읽으면서 작가가 화나있는 것 같다는 기분이 계속 들었다. 비거니즘을 거시적인 관점에서 설명해주는 것이 새로웠고 어떻게 나와 비거니즘이 연결되는지에 대한 설명이 상세해서 다시 한 번 내 생활습관을 돌아보게 되었다.
-8점 : 고기 먹는다고 혼나는 기분이라 조금 마음이 상했지만 '깨끗한 존경'에서 이 책은 비건들의 복음과 같은 책이라고 했던 부분이 떠올라서 마음이 풀렸다. 남들과 조금 다르게 산다는 게 한국 사회에서 얼마나 힘든 일인지 한 번 더 생각하게 되었다.
/밑줄
-이 책은 타자에 관한 책이다. 한 편의 시 같은, 철학자 레비나스의 말로 시작해보자.
사람답게 사는 삶은
그냥 존재함의 차원에 만족하는 조용한 삶이 아니다.
참으로 사람다운 삶은
타자에 눈뜨고 거듭 깨어나는 삶이다.
-“Are you connected, too?” 상당히 자주 봤다. 영화 <아바타>에서 커다란 생명의 나무를 중심으로 온 부족 사람들이 연결된 낭만적인 장면이 떠오르는 말이다. 그리고 이 표현은 적절하다. 비건의 핵심은 거부가 아니라 연결에 있다. 비건이 되는 것은 산업과, 국가와, 영혼 없는 전문가들이 단절시킨 풍부한 관계성을, 어린아이였을 때 누구나 갖고 있던 직관적 연결 고리를, 시민들이 스스로의 깨우침과 힘으로 회복하는 하나의 사회운동이다.
-자신을 규정짓는 것에 연연할 필요는 없지만, 규정을 모두 벗어던지는 방식이야말로 가장 쉬운 길이다. 좋게 보면 자유롭고 유연해보일지 몰라도, 흔해빠진 무원칙의 편의주의이기도 하다. 나는 나름의 절도가 있는 사람에게 매력을 느낀다. 최소한으로 지키고자 하는 선이 있어야 때떄로 나를 돌아보고 점검하는 것도 가능하다. 어쩌면 모든 윤리는 최소한의 윤리이다. 다시말해 “적어도 ~는 하지 않겠어”라는 자세이다. 그 최소한이 점점 커지는 방향으로 살고 싶다.
-그리고 당장 그날부터 바꿨다. 음식에 신경을 쓰기 시작했고,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했고, 장시간 앉아 있지 않았으며, 돌아갈 일이 생겨 더 걷게 되면 고맙게 생각했다. 일하다가 머리가 뜨거워져 판단이 흐려지면 즉시 모니터를 끄고 숨을 돌렸다. 표현이 이상하지만, 필사적으로 삶의 여유를 찾았다.
-자신을 생명으로 바라보는 인간을 처음 보는 것 같은 그 시선이 잊히지 않는다. 나는 동물들이 말을 못한다는 말을 믿지 않는다. 인간의 언어를 쓰지 않을 뿐, 그들은 그들만의 방식으로 시끄러운 인간들보다 훨씬 더 많이, 효과적으로, 깊이 전달한다.
-“지금부터 완전히 달라지지 않으면 다시 기회가 오지 않을 수도 있어. 정말로 다시 태어나고 싶어.” 마음을 굳게 먹고 딱 한 가지 원칙을 세웠다. “앞으로는 귀찮음이 내 행동의 원인이 되게 하지 말자.”
-철학자 레비나스는 얼굴의 윤리학을 말한다. 그는 “얼굴은 하나의 명령”이라고 했다. 얼굴을 그 자체로, 언어를 초월해 우리에게 말을 건다. “나를 사랑하라. 나를 죽이지 마라. 형제여, 자매여….” 모든 얼굴은 그렇게 말을 한다.
-나는 “비건도 하나의 삶의 방식이니까 제발 존중해달라”고 애원/간청할 생각이 없다. 아직 소수라서 힘이 없을 뿐, 존중받아야 하는 건 너무나 당연하다. 당연한 걸 부탁할 필요는 없다. 나는 한 걸음 더 나아가고자 한다. 양식과 양심을 갖춘 사람이라면 누구나, 최소한 얼마간은 이러한 삶으방식을 받아들일 의무와 책임이 있음을 말하고 싶다. ‘의식 있는 식생활’은 단지 취향이나 옵션이 아니다. 다른 말로 하자면, ‘의식 없는 식생활’은 더 이상 선택지가 아니다.
-사람들이 무심코 “치맥하러 가야지?”, “삼겹살 콜?”, 심지어 “오늘은 남의 살이 땡겨”라고 너무나 아무렇지도 않게 말할 때, 겨우 이런 걸로 약해지면 안 되지 싶어도 마음 한쪽은 무너진다. 이것이 진지한 비건의 일상이다. 절망은 길고 꾸준하고, 희망은 파편적이고 멀리서 명멸한다. 파졸리니가 묘사한 반딧물처럼 잔존한다.
-지구생태발자국네트워크의 계산에 따르면, 한국 도시인들의 평균적인 생활 방식을 유지하려면 지구가 약 3.3개가 필요할 만큼 우리는 생태 발자국이 크다. 즉, 자원 소비량이 많다. 우리의 책임이 그만큼 크기 때문에 행동도 더 많이 요구되는 것이다.
-동물과 가까이 생활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깨닫게 됩니다. 그들의 살고자 하는 의지, 고통과 감정에 대한 자각, 그리고 자식을 향한 애착이 결코 인간에 뒤지지 않음을 말이죠.
-어떤 사람들에게는 잠시의 낙담은 있을지언정, 포기를 모르는 에너지가 샘솟는 모양입니다. ‘안 변해’교의 신도가 되길 거부해서 생기는 힘일까요?
-난희(반려견)의 죽음 이후 저도 세상 보는 눈이 달라졌습니다. 스톨 속에 갇힌 돼지, 그물에 걸린 황새치, 오로지 죽기 위해 태어난 소년 병아리 모두 우리 난희였습니다. 그들 모두 사랑받아 마땅한 생명들이라는, 아무도 함부로 해칠 권리가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게 조금도 어렵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이로 인해 찾아온 삶의 변화를 받아들이는 일도 너무나 자연스러웠죠.
-죽다 살아난 강아지는 피투성이가 된 채로 가만히 앉아서 눈만 깜박이며 괴로운 표정을 지었지만, 그 얼굴에서 분노는 읽히지 않았습니다. 그저 자신에게 왜 이토록 큰 고통이 가해지는지 도저히 납득하지 못하는 표정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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