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www.youtube.com/watch?v=nILayXYUpRA
/감상
처음에는 메리앤과 코넬이 이해되지 않았다. 이들은 제목대로 ‘노멀 피플’이 아니라 뭐랄까, 특정 소수의 ‘스페셜 피플’ 같았다. 그러나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이들의 서사가 이어지면 이어질수록 메리앤과 코넬이 사실은 보통의 사람임을 알았다. 이들이 모습이 우리 모두에게 있음을 발견했다. 서로가 서로에게 구원이 되어주는 사랑이 있다고, 간절하게 믿고 싶다.
/밑줄
-메리앤, 우리가 함께하는 동안 왜 이런 얘기를 전혀 안 한 거야? 나도 잘 모르겠어. 아마 내가 망가졌다거나 뭐 그런 식으로 받아들여지기 싫었던 것 같아. 네가 더 이상 나를 원하지 않을까 봐 무서웠겠지. (…) 하지만 사실 그는 언제나 그녀가 망가져 있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그렇게 생각했던 것이다. 그는 죄책감에 두 눈을 꼭 감는다.
-그는 갈라진 목소리로 말하고 싶지 않아서, 호흡이 다시 가라앉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말한다. 정말 미안해. 그녀가 그의 손을 꼭 쥔다. 그것은 몹시 슬픈 몸짓이다. 그는 자신이 방금 저지른 짓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믿을 수가 없을 지경이다. 미안해, 그가 다시 한 번 말한다. 하지만 메리앤은 이미 돌아누웠다.
-그렇게 섬뜩한 짓을 하면서, 정말로 사랑하기 때문이라고 믿는 걸까? 사랑이라는 게 가장 비열하고 가장 모욕적인 형태의 폭력과 구분이 안 될 만큼 세상은 그렇게 사악한 곳일까?
-바깥 세상은 그녀의 피부 표면에는 닿지만 그녀 자신의 또 다른 부분, 다시 말해 내면에는 닿지 않는다. 그래서 루카스가 ‘일찍 왔네.’라고 말한 이유가 무엇이든, 자신에게 전혀 중요하지 않다는 사실을 그녀는 깨닫는다.
-예의 좀 갖춰, 메리앤이 말했다. 코넬은 메리엔이 명랑한 태도로 ‘예의 좀 갖춰.’라고 말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그녀가 자연스럽고 손쉽게 세상을 헤쳐 나가는 방식에 경외심을 느꼈다.
-내가 널 사랑하는 건 알 거야. 그 외에 다른 일은 없었다. 그녀 역시 그를 사랑한다고 말했고, 그는 고개를 끄덕이고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운전을 계속했는데, 어떻게 보면 정말 아무 일도 없었다.
-메리앤은 조앤나와 에블린 덕분에 너무 행복해서, 심지어 그들이 함께 있는 모습을 보는 것마저, 조앤나가 전화로 에블린에게 쾌활하게 “그래, 사랑해. 나중에 봐.”라고 말하는 목소리를 듣는 것마저 행운이라고 느낀다. 두 사람의 모습은 메리앤에게 진정한 행복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창문을 제공해준다. 비록 그녀가 직접 열 수도, 한 번이라도 넘어 돌아갈 수도 없는 창문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마치 그녀의 삶이 끝난 것 같았다. 그런 기분이 얼마나 오래 지속되었을까? 2주 남짓이었나? 이윽고 그런 기분이 사라지며, 청춘의 짧은 한 시기도 끝나버렸다. 그녀는 그 시기를 견뎌 살아남았고, 그 시기는 끝이 났다.
-누군가를 좋아하기 떄문에 어떤 결정들을 내리고, 그러고 나면 삶 전체가 달라진다는 건 재미있는 일이다.
-그는 지금껏 자신을 아주 조금이라도 좋아한 적이 있는 모든 사람의 삶을 망쳐버린 것 같은 기분을 느낀다.
-그는 어떻게 해도 메리앤을 도울 수가 없다. 그녀에게는 뭔가 무시무시한 것이 있따. 그녀라는 존재의 구덩이 속에는 엄청난 공허감이 있다. (…) 그녀는 어떤 근본적인 본능, 다시 말해 다른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는 자기방어 또는 자기보호 본능이 없다. 저항을 예상하면서 몸을 기울이면, 모든 것이 눈앞에서 무너져 내릴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모든 것을 감수하고 언제든지 그녀를 위해 죽을 수 있다. 그것이야말로 그가 자각하는 한에서, 그를 가치 있는 사람처럼 느끼게 해주는 유일한 것이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모든 사람이 다 수수께끼인 것 같아. 절대로 달느 사람을 진짜로 다 알 수는 없어. 안 그래. 넌 정말로 그렇게 생각해? 다들 그렇게 말해. 내가 너에 대해 모르는 게 뭔데? 메리앤은 미소를 지어 보인 뒤 하품을 한다. 그러고는 어깨를 으쓱하며 두 손을 들어 올린다. 사람들은 스스로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알기 쉬운 존재들이야. 그가 덧붙인다.
-그의 글을 읽으면서, 한편으로는 그의 가장 사적인 생각들을 목격한다는 기분에 이루 말할 수 없는 친밀감을 느꼈지만, 또 한편으로는 그가 그 자신만의 어떤 복잡한 일, 그러니까 그녀는 결코 등장할 수 없는 일에 집중하면서 그녀로부터 멀어진 것 같은 기분도 느꼈다.
-그들이 서로에게서 멀어졌을 때, 코넬이 그녀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사랑해. 그 순간 그녀는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렸고 얼굴은 새빨개졌다. 그는 그녀를 마음대로 할 수 있었다. 그가 그녀를 구원하기로 결심했기에, 그녀는 ᄀᆍ원을 받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그에게는 그녀에게 없는 것이 있다. 다른 사람이 포함되지 않은 내면의 삶 말이다.
-지난 몇 년 내내 그들은 같은 터의 토양을 공유하며, 서로 가까운 곳에서 자라고, 공간을 만들기 위해 몸을 구부러뜨리며 어떤 자리를 차지한 두 그루의 작은 나무들 같았다. 하지만 결국 그녀는 그를 위해 무언가를 했고, 새로운 삶을 살 수 있게 했으며, 그 사실에 대해 언제나 기뻐할 것이다.
-그녀 자신이 그토록 완벽하게 다른 사람의 통제 아래 있다고 느끼는 것은 참으로 이상한 일이었지만, 또한 참으로 평범한 일이기도 했다. 타인으로부터 완전히 독립할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면, 그런 시도를 그만두는 게 어떨까. 차라리 타인에게 모든 것을 의지하고, 상대 또한 기대오도록 내버려두는 게 어떨까. 그녀는 그렇게 생각한다. 그녀는 그가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을 안다. 더 이상 그것을 의심하지 않는다.
-그녀는 눈을 감고 생각했다. 그는 아마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아니면 달라져서 돌아오거나. 그들이 지금 누리고 있는 것을 결코 다시는 되찾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고독으로 인한 고통은, 그녀가 예전에 가치 없는 존재이기 때문에 느끼던 고통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닐 것이다. 그는 그녀에게 마치 선물처럼 선한 면모를 선사해주었고, 이제 그것은 그녀의 것이다. 한편 그의 삶은 그의 눈앞에서 동시에 사방으로 펼쳐진다. 지금껏 그들은 서로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다. 정말이야, 정말. 그녀는 생각한다. 사람들은 정말로 서로를 변화시킬 수 있어. 넌 가야 해. 난 항상 여기 있을 거야. 너도 알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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