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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인 교수는 "미학적 성취에만 한정"되지 않는, 그래서 많은 일본인들이 "근대 일본의 정신적 현실을 진단하고 나아가야 할 지표를 제시한 지식인"으로 간주하는 작가 나쓰메 소세키의 대표작 <마음>을 비판적 눈길로 바라본다.
만질 수도 볼 수도 없는 것. 준다고 표현하지만 정말 주었는지, 얼마나 주었는지 주는 이도 설명할 수 없는 것. 받는다고 표현하지만 정말 받았는지, 얼마나 받았는지 받는 이도 증명할 수 없는 것. 우리 사이에서 정말 오고 간 것인지 우리 중 아무도 알 수 없는 것.
좋았다가 싫어지는 것. 혹은 그 반대인 것. 미웠다가 안쓰러워지는 것. 부담스러웠는데 막상 가니 허전한 것. 하나도 아깝지 않다가 소수점까지 계산하게 되는 것. 뾰족하기도 하고 둥글기도 한 것. 내 것이지만 내 것이 아닌 것. 네 것이고 싶은데 네 것일 수 없는 것.
수없이 설명되고 있는 것. 번번이 설명에 실패하는 것. 수없이 나를 좌절하게 하는 것. 나를 살리는 것. 한계를 알 수 없는 것. 무궁무진한 것. 무서운 것. 나를 집어 삼키는 것. 삼킬 수 없어 뱉어야만 하는 것. 뱉을 수 없어 삼켜야만 하는 것. 내 안에서 똬리를 틀고 결국에는 내가 되는 것.
부서지기 쉬운 것. 부서지기도 했을 것.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을 것. 발만 동동 구르다가 그대로 금이 간 채 굳어버렸을 것. 아름다운 것. 지금 내 곁에 있는 것. 영영 지나가버린 것. 멀리서 내게 오고 있는 것. 어디에 있는지 도무지 알 수 없는 것.
너무나 소중한 것. 너무나 하찮은 것. 느끼지도 못 할 만큼 가벼운 것. 느끼지 못할 수가 없을 만큼 무거운 것. 모순인 것. 진리인 것. 불변하면서 변하는 것. 흐르는 것. 그렇게 존재하는 것. 모호한 것. 정확한 것. 부질없는 것. 절대적인 것.
/밑줄
-인간을 사랑할 수 있는 사람, 사랑하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는 사람, 그러면서도 자신의 품안으로 들어오려는 것을 두 팔 벌려 껴안을 수 없는 사람이 선생님이었다. 이미 말한 대로 선생님은 언제나 조용했다. 침착했다. 하지만 때로는 얼굴에 알 수 없는 먹구름을 드리우는 때도 있었다. 새 한 마리가 날아와 창문에 까만 그림자를 드리우는 것처럼.
-선생님이 마지막으로 덧붙인 ‘아내 때문에’란 말은 그때 묘하게도 나의 마음에 따뜻하게 와 닿았다. 나는 그 한마디 덕분에 집으로 돌아와 안심하고 잠자리에 들 수 있었다. 나는 그 후로도 오랫동안 ‘아내 때문에’란 말을 잊지 않고 마음속에 담아두었다.
-“내가 또 실수했나 보군. 사람 감정을 상하게 하는 일이 좋지 않다고 생각해서 설명을 하려고 하면 또 그 설명이 자네 기분을 상하게 몰아세우는 결과가 되네그려. 아무래도 안 되겠네. 이 얘기는 여기서 그만두지. 아무튼 사랑은 죄악이야. 알겠나. 그리고 신성한 것이고.”
-과거에 그 사람 앞에 무릎 꿇었다는 기억이 이번엔 그 사람 머리 위에 발을 얹게 만드는 법이네. 나는 훗날 그런 모욕을 당하지 않기 위해 지금이 존경을 물리고 싶네. 나는 지금보다 더 지독한 외로움을 참기보다 차라리 외로운 지금의 상태도 버텨가고 싶네. 자유, 독립 그리고 나 자신으로 가득 찬 현대에 태어난 우리는 그 대가로 모두가 이 외로움을 맛봐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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