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ewport" content="user-scalable=no, initial-scale=1.0, maximum-scale=1.0, minimum-scale=1.0, width=device-width"> 제대로된 스승이 필요한 당신에게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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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키우는 책

제대로된 스승이 필요한 당신에게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by grabthecloud 2023. 3.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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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4

지능과 덕으로 최선을 다해도 우리는 다가올 운명을 바꿀 수 없네. 데카르트처럼 모든 것을 회의하면서 끝까지 가도, 이성과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순간과 만나게 돼. 합리주의의 끝에는 비합리주의가 있지. 그리스에서 말하는 운명론이란, 있는 힘껏 노력하고 지혜를 끌어모아도 안 되는 게 있다는 걸 받아들이라는 거야. (...)

이걸 이해해야 하네. 인간의 지혜가 아무리 뛰어나도, 죽을힘을 다해 노력해도 어찌할 수 없는 저편의 세게, something great가 있다는 거야. 지혜자만이 그걸 받아들일 수 있네. 이것을 인정하고 겸허해지는 것은 머나먼 수련의 길이야.

/85

결정된 운이 7이면 내 몫의 3이 있다네. 그 3이 바로 자유의지야. 인간은 자신의 자유의지로 수만 가지 희비극을 다 겪어야 만족하는 존재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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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는 사이 세상이 바뀐거지. 보통 쿠데타가 밤에 일어나잖아. 자고 일어났더니 탱크가 한강을 넘어 세상이 싹 달라진 거야. 밤에 내린 첫눈이 그래. 쿠데타야. 오래 권력을 누리지 않고 바로 사라지는 쿠데타.(...)

그런 면에서 눈과 비는 느낌이 아주 달라. 비는 소리가 나잖아. 밤새 비 내리면 들창에 사납게 들이치거든. 비에는 경이가 없어. 그런데 눈은? 고요하지. 고요한데 힘이 세.

/158

인생은 파노라마가 아니야. 한 커트의 프레임이야. 한 커트 한 커트 소중한 장면을 연결해보니 파노라마처럼 보이는 거지. 한 커트의 프레임에서 관찰이 이뤄지고, 관계가 이뤄져. 찍지못한 것, 버렸던 것들이 다시 연결돼서 돌아오기도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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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4

그런데 기억을 되살리는 것은 생각이 아니야. 상기하는 거지. 이미 알던 것을 깨워서 흔드는 거지. 책이라는 건 그렇게 흔들어준는 역할을 해. 머리를 진동시키는 거지. 그런데 오히려 머리를 굳히는 책들이 있어. 굳은 머리에 아예 콘크리트를 들이붓는 거지. 알고 보면 콘크리트 양생하는 거야. 그러니 내게 보편적인 것 말고 새로운 걸 물어보게.


임용 공부를 하던 당시에, 아무리 해석을 해봐도 이해가 되지 않던 시가 있었다. 그래서 그 시에 대한 여러 해석 및 해설을 찾아보게 되었는데 그때 이어령 선생님을 처음 알게 되었다. 이어령 선생님의 글을 읽고 나니 그 시가 명징하게 보였던 기억. 앞이 보이지 않다가 눈을 뜬 것 같던 그 기분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 분을 이렇게 책으로 만날 수 있어 기쁘면서 슬펐다.

책에서 아직도 나는 나를 모른다,는 선생님이 말씀이 기억에 남는다. 나라는 사람의 스펙트럼은 아주 넓은데 예전에는 그 중 하나만을 특정하여 나라고 정의해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그게 맞다고 믿었었고. 하지만 애초에 그것은 불가능한 것이었으니 '도대체 나는 누구지?'라는 고민 속에서 오래 방황했다. 하지만 이어령 선생님조차, 죽음일 얼마 남지 않은 순간까지 '나는 나를 모른다'고 고백하시는 모습을 보며 내가 참 오만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람은 죽을 직전까지도 내가 몰랐던 나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며 놀라는 존재가 아닐까. 어제의 내가 오늘의 나와 다르고, 오늘의 나는 내일의 나와도 다를테니. 그리고 이 책을 만나기 이전의 나와 이후의 나도 또 한 번 달라진 것 같다.

이어령 선생님이 짐작할 수 없는 그 어느 곳에서 부디 평안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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